죽음 앞의 자기결정권 — 미리 말해둔 사람만 지킬 수 있는 것
글 · 라이프벨 (도휘 최원준 · 죽음학지도사 서휘 진은정)
자유가 외부의 제약이 없는 상태라면, 자율성은 외부의 강요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하는 힘입니다. 의식이 흐려진 뒤에는 어떤 권리도 스스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은 미리 선언될 때만 힘을 가집니다. 사랑을 이유로 나를 지우는 실패와 나를 지키느라 관계를 버리는 실패 사이에서, 함께 견딜 수 있는 선택을 다뤘습니다.
이 글에서 얻는 것
- 자기결정권은 미리 선언될 때만 힘을 갖는다 — 의식이 흐려진 뒤엔 행사할 수 없다
- 미국 환자자기결정법(PSDA)은 1990년 제정, 1991년 12월 1일 시행
- 필요한 것은 '내가 옳은 선택'이 아니라 '함께 견딜 수 있는 선택'
목차
- 01자율성이란 무엇인가
- 02자기결정권은 어떻게 제도가 됐나
- 03혼자 정하는 것이 자율성인가
- 04그런 선택은 어떻게 가능한가
- 05자주 묻는 질문 · 오늘 품어볼 질문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병원 복도에 가족이 모여 앉아 중요한 결정을 나눕니다.
정작 병실 안의 당사자는 천장을 보고 있습니다.
"깨어나시면 여쭤보자"던 말은
대개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뒤에 꺼내집니다.
여기서 빠져 있는 것이 자기결정권입니다.
자율성이란 무엇인가?
자유와 자율성은 다릅니다.
자유가 외부의 제약이 없는 상태라면, 자율성은 외부의 강요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힘입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자율성은 구체적입니다.
자신의 상태와 선택지를 이해하고,
삶의 마지막 방향을 스스로 고르는 능력.
누구는 식물 상태의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단 하루라도 가족 곁에 더 머물고 싶어 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
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제도가 됐나?
미국이 먼저였습니다.
1990년 제정된 환자자기결정법(PSDA) 은
의료기관이 모든 환자에게 사전의료의향서에 관해 안내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실제 시행은 1991년 12월 1일부터였습니다.
한국은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습니다.
미리 뜻을 밝혀두면 그 뜻이 법적으로 보호받습니다.
([법의 내용과 작성 절차는 따로 정리했습니다](/insights/thanato/16).)
제도는 생겼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남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결정은 가족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의식이 흐려진 뒤에는 어떤 권리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건강할 때, 정신이 또렷할 때 말해두어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은 미리 선언될 때만 힘을 가집니다.
혼자 정하는 것이 자율성인가?
오랫동안 자율성은 '나 혼자'의 판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죽음 앞에서는 그 정의가 흔들립니다.
죽음은 철저히 나의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눈물, 배우자의 손, 부모의 마지막 눈빛.
그 관계들이 내 선택에 스며듭니다.
여기서 두 가지 실패가 생깁니다.
하나는 사랑을 이유로 나를 지우는 것.
가족을 배려한다며 내 뜻을 접습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누구의 마지막도 아닌 마지막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를 지키느라 관계를 버리는 것.
내 결정이니 따르라고 통보합니다.
그러면 남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 채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제3의 형태입니다.
내 뜻을 지키면서 타인의 슬픔도 품는 선택.
내가 옳은 선택이 아니라, 함께 견딜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그런 선택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미리 말해두고, 미리 사랑해 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 태도는 살아온 방식의 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기결정권을 준비한다는 것은
서류를 한 장 쓰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족이 알고 있는 상태.
그 상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진짜 준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가족이 제 뜻에 반대하면 어떻게 되나요?
본인이 작성한 문서가 있으면 그 뜻이 우선합니다.
문제는 문서가 없을 때입니다.
그때는 가족의 진술이나 합의로 결정이 넘어가므로,
반대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리 설명해두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꺼내면 서운해하실 것 같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걱정하고, 대부분 예상보다 잘 풀립니다.
요령은 부모님의 준비 상태를 묻는 대신
내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로 시작하면 추궁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 대화를 도와주는 코칭이 있나요?
라이프벨(주)의 싸나토코칭이 그 자리입니다.
도휘 최원준 대표는 죽음교육지도사이자 한국코치협회 KAC 인증코치이며,
죽음학지도사 서휘 진은정이 함께합니다.
무엇을 결정할지보다,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부터 정리합니다.
오늘 품어볼 질문
-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택에서,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지금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부터 바꾸겠습니까.
- 죽음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까.
미리 말해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면
자기결정권은 문서가 아니라 대화로 완성됩니다.
싸나토코칭은 그 대화를 설계하고 연습하는 자리입니다.
20분 무료 상담은 줌 또는 방문(노원)으로 일정에 맞춰 잡습니다.
👉 무료로 시작하기: lifebell.kr/start · 💬 한 줄 문의: 카카오톡 채널 '라이프벨'
사랑을 배려하되, 나를 잃지 마십시오.
이 글의 축약본은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