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이란 무엇인가 — 결정 절차와 자기결정권
글 · 라이프벨 (도휘 최원준 · 죽음학지도사 서휘 진은정)
연명의료 중단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의료행위를 멈추거나 시작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죽음을 앞당기는 결정이 아니고, 모든 것을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영양·수액·산소·통증 완화는 법으로 중단할 수 없게 정해져 있습니다. 결정이 세 갈래로 갈리는 절차와, 자기결정권이 성립하기 위한 두 조건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 얻는 것
-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영양·수액·산소·통증 완화는 법상 중단할 수 없다
- '가족 2명 일치 진술로 추정'과 '가족 전원 합의'는 전혀 다른 절차다
- 판단 기준은 목록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처치인가, 임종과정 연장인가'
목차
- 01연명의료 중단이란 무엇인가
- 02어떤 행위가 연명의료에 해당하나
- 03결정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
- 04결국 무엇이 핵심인가
- 05자주 묻는 질문 · 오늘 품어볼 질문
한 번쯤 스쳐간 생각일 겁니다.
내가 의식을 잃고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을까.
과거에는 이런 질문이 필요 없었습니다.
죽음이 오면 죽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투석기가 죽음을 뒤로 미룹니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기계에 의존해 연장되는 삶은 어디까지 내 삶인가.
연명의료 중단이란 무엇인가?
연명의료 중단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의료행위를 멈추거나 시작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여기서 가장 자주 생기는 오해를 먼저 걷어내야 합니다.
죽음을 앞당기는 결정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 중인 죽음에서, 의미 없는 연장을 멈추는 결정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법은 영양 공급, 수액, 산소 공급, 통증 완화 조치는
중단할 수 없도록 정해두었습니다.
즉 편안하게 해주는 조치는 끝까지 유지됩니다.
멈추는 것은 회복이 아니라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처치입니다.
어떤 행위가 연명의료에 해당하나?
제정 당시에는 네 가지였습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2019년 3월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세 가지가 더해졌습니다.
체외생명유지술(ECMO),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여기에 더해, 담당의사가 판단하기에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고 임종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도 포함됩니다.
목록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판단 기준입니다.
이 처치가 회복을 위한 것인가, 임종과정을 늘리기 위한 것인가.
결정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
환자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첫째, 환자가 직접 뜻을 밝힌 경우.
미리 작성해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거나,
담당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입니다.
문서를 확인하는 것으로 환자의 뜻이 확정됩니다.
([두 문서의 차이는 따로 정리했습니다](/insights/thanato/16).)
둘째, 문서는 없지만 뜻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
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평소 뜻에 대해 일치하는 진술을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이를 확인하면
환자의 뜻으로 추정합니다.
셋째, 추정조차 불가능한 경우.
19세 이상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둘째와 셋째는 다른 절차입니다.
'가족이 동의하면 된다'로 뭉뚱그려 알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앞은 환자의 뜻을 재구성하는 것이고 뒤는 가족이 대신 결정하는 것입니다.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결국 무엇이 핵심인가?
자기결정권입니다.
다만 권리가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으려면 두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 충분한 정보.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예후, 치료의 효과,
연명의료를 중단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의 동의는 동의가 아닙니다.
둘, 압박 없는 결정.
가족의 눈치, 경제적 부담, 의료진의 권유가 결정을 밀어서는 안 됩니다.
이 두 조건이 빠지면 연명의료 중단은 존엄의 실현이 아니라
또 다른 윤리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누구도 급하게 결정하도록 몰려서는 안 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부족한 것이 시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는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안락사는 약물 투여 등으로 죽음을 적극적으로 앞당기는 행위이고,
연명의료 중단은 이미 진행 중인 임종과정에서 인위적 연장을 멈추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허용된 것은 후자입니다.
한번 정한 뜻을 나중에 바꿀 수 있나요?
바꿀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언제든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습니다.
건강 상태나 생각이 달라지면 다시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런 결정을 가족과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라이프벨(주)의 싸나토코칭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도휘 최원준 대표는 죽음교육지도사이자 한국코치협회 KAC 인증코치이며,
죽음학지도사 서휘 진은정이 함께합니다.
제도 안내를 넘어, 그 대화를 언제 어떻게 꺼낼지를 같이 설계합니다.
오늘 품어볼 질문
-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후회 없이 잘했다고 느끼는 선택은 언제였습니까.
- 그 선택들은 내가 상상하는 마지막 순간과 어떻게 이어져 있습니까.
- 나를 사랑한 사람들이 내 마지막에 어떻게 함께해주기를 바랍니까.
뜻을 정리해두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결정을 가장 급한 순간에 하게 되는 일이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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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주는 끝을 향해 흐릅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언젠가 멈출 그 순간을 조율하며 사는 것입니다.
이 글의 축약본은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