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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마음2026-09-29약 6분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모란공원에서 만난 노동자 김상원

글 · 도휘 최원준 (라이프벨 대표, 전인륜학 창시자)

남양주시 민주시민교육 실천가 양성과정(민주시민 앰버서더) 1회차 '역사를 걷다'로 화도읍 모란공원을 걸었습니다. 박종철·백기완·이소선·전태일·문익환·김근태의 묘역을 지나, 안내도에도 없는 작은 비석 '노동자 김상원의 비' 앞에서 가장 오래 멈춰 섰습니다. 1986년 불심검문 중 집단폭행으로 33세에 세상을 떠난 이름입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라 '이건 우리의 문제'라며 한 걸음 내디딘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였다는 것, 그리고 모란공원을 기피시설로 단절하지도 지자체 브랜드로 소비하지도 않는 '존재 조화'의 태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글에서 얻는 것

  •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라 고개를 돌리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였다
  • '나만 아니면 돼'를 '나이고 너이고 우리다'로 바꾸는 순간이 연대의 시작이다
  • 모란공원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는 단절(존재 회의)도 과시(존재 우월성)도 아닌 존재 조화다

목차

  1. 01모란공원은 어떤 곳인가
  2. 02남양주는 모란공원을 자랑할 만한가
  3. 03그 길 위에서 만난 이름들
  4. 04오늘 나를 결연하게 만든 이름, 노동자 김상원
  5. 05모란공원이 되어야 할 시공간
  6. 06자주 묻는 질문 · 오늘 품어볼 질문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모란공원에서 만난 노동자 김상원 — 대표 이미지

오늘 아침, 넥타이 대신 운동화를 신고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남양주시 민주시민교육 실천가 양성과정, 이른바 '민주시민 앰버서더' 1회차 '역사를 걷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과정은 이론을 배우고 끝나는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시민 실천가를 기르는 5회차 프로그램입니다.
그 첫걸음이 '역사를 걷다' — 모란공원 탐방이었습니다.

오늘 걸으며 배운 것은 역사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하나하나에 깃든 삶의 무게였고, 그중에서도 교과서에 없는 한 노동자의 비석 앞에서 가장 오래 멈춰 섰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기 남깁니다.

모란공원은 어떤 곳인가

모란공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사설 공원묘지로, 전태일 열사를 시작으로 민주화·노동·통일 운동가 150여 명 이상이 잠들어 있어 '민중의 국립묘지'로 불립니다.

국가가 조성한 국립묘지와 달리, 군사독재 시절 국가로부터 배제되고 탄압받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동지들의 곁을 찾아 묻히며 형성된, 세계적으로도 드문 '민중 주도의 성지'입니다.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 1987년 고문으로 세상을 떠난 박종철 열사, 그리고 문익환 목사·김근태 전 의원·백기완 선생·노회찬 전 의원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이름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남양주는 모란공원을 자랑할 만한가

모란공원은 남양주가 지닌 독보적인 역사적 자산이지만, '홍보용 자랑거리'로 소비하기에는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자랑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살아있는 민주시민 교육의 현장으로, 매년 많은 추모객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성취를 배웁니다.

동시에 사설 묘지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습니다.
지자체나 국가가 계획해 만든 공공 묘역이 아니다 보니, 유가족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열사 묘역의 관리비 체납·시설 노후화에 공공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운 문제가 이어져 왔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오랫동안 기피시설로 인식된 측면도 있고, 특정 인물의 이장 논란처럼 진영 갈등의 장으로 비치는 데 대한 지역사회의 피로감도 존재합니다.

전인륜학(Existhos)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결국 '존재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묘역을 기피시설로 단절하는 태도(존재 회의)와, 그 무게를 체화하지 못한 채 지자체 브랜드로만 소비하는 태도(존재 우월성) 사이에서, 남양주가 지향해야 할 자리는 역사적 비극과 열사들의 뜻에 대한 존중을 중심에 세우고 지역 주민의 삶·참배객·미래 세대와 공명하는 '존재 조화'입니다.

모란공원은 "우리 지역에 이런 명소가 있다"는 외형적 과시로 소비될 때 공허해집니다.
그곳에 깃든 존엄과 윤리를 지역 공동체가 얼마나 성숙하게 품어내느냐가, 진짜 자랑거리인지 아닌지를 가릅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이름들

묘역 입구의 음성안내 시스템 앞에 서면, 이곳에 잠든 이름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납니다.
QR코드가 붙은 명패가 빼곡했습니다.
그 많은 이름 중 직접 마주하고 눈에 담아온 것은 여섯 분입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모란공원 입구의 민주열사 음성안내 시스템 안내판, QR 명패가 빼곡하다
  • 박종철 — 1987년 고문으로 세상을 떠난 대학생.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 백기완 — 통일·민주운동을 이끈 지도자. '임을 위한 행진곡' 원작 시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소선 —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아들의 뜻을 평생 이어 노동운동 현장을 지켰습니다.
  • 전태일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며 1970년 스스로 몸을 불살랐습니다.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이름입니다.
  • 문익환 — 목사이자 민주화·통일운동 지도자. 신념을 굽히지 않은 어른으로 기억됩니다.
  • 김근태 — 민청련 의장 출신으로 남영동에서 고문을 겪었습니다. 이후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박종철 열사 묘역의 부조 앞에서 해설을 듣는 모습

이름 하나하나를 "아, 여기 이런 분이 계셨구나" 하고 지나치기보다, 그 삶과 용기를 마음에 담아두려 했습니다.
백기완 선생의 소박한 자연석 비, 이소선 여사의 흉상, 전태일 열사의 묘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에서는 발걸음이 자연히 느려졌습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백기완·이소선·전태일 묘역이 한자리에 모인 구역에서 해설을 듣는 참가자들

오늘 나를 결연하게 만든 이름, 노동자 김상원

그 여섯 분의 이름 사이를 걷다가, 안내도에도 없는 작은 비석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노동자 김상원의 비."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안내도에도 없는 작은 비석 '노동자 김상원의 비'

비문에 따르면 그는 1953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197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로 일했습니다.
1986년, 불심검문 중 경찰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고, 77일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산소마스크에 의지하다 서른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태일도, 박종철도 아닌 이 이름 앞에서 걸음이 멈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날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나이고 너이고 우리다."

역사를 바꾼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초인이 아니라, 불의와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건 결국 내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라며 한 걸음 내디딘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였습니다.
나처럼 평범하고 작은 사람도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자각, 그것이 두려움을 넘어선 가장 순도 높은 공감이자 연대라고 느꼈습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문익환 목사 묘역 앞에 선 앰버서더 1회차 참가자들

앰버서더로서 자기소개도 이 순간에서 완성됐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마음이 멈춰 선 곳은 교과서에 나오는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노동자 김상원 열사 앞이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냉소가 익숙한 세상에서, 그것이 너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이고 곧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마주했던 한 사람의 작은 용기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앰버서더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연대의 온기를 오늘의 이웃에게 잇는 메신저입니다."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었습니다 —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묘

모란공원이 되어야 할 시공간

함께 걸으며 계속 든 생각이 있습니다.
"와, 여기 이런 분이 묻혀 계시대" 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과, 그 삶과 업적과 용기를 들여다보며 마음 깊이 울림과 공감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모란공원이 자랑거리가 되는 길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이곳을 "역사 지식을 확인하는 장소"가 아니라 "내 안의 작은 용기를 발견하는 시공간"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 쌓일 때, 이 묘역은 지역의 자랑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살아있는 유산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남양주 민주시민 앰버서더 과정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총 5회차로 진행됩니다.
1회차 '역사를 걷다'(모란공원 탐방)를 시작으로, 2회차 '나를 세우다'(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3회차 '우리를 잇다'(지역 사례 분석), 4회차 '함께 풀다'(숙의 민주주의), 5회차 '함께 성장하다'(프로그램 디자인)로 이어집니다.

노동자 김상원은 누구입니까?

1953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노동자로, 1986년 불심검문 중 경찰의 집단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77일 만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태일·박종철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모란공원에 묻힌 평범한 노동자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비석입니다.

모란공원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란 무엇입니까?

전인륜학 관점에서는 묘역을 기피시설로 단절하지도, 지자체 브랜드로만 소비하지도 않는 '존재 조화'의 태도입니다.
역사적 비극과 열사들의 뜻에 대한 존중을 중심에 두고,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와 공명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 안의 용기, 영웅성을 찾는 코칭이 있습니까?

라이프벨(주) 대표 도휘 최원준은 누구에게나 '내 안의 영웅'과 그 불꽃(용기)이 있다는 전제로, 이를 스스로 발견하고 삶의 언어로 피워내는 1:1 코칭 '레전더리 코칭'을 진행합니다.
전인륜학(Existhos) 기반 코칭이며, 코칭·컨설팅 경력 13년·누적 2,890명 넘는 세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했습니다.

오늘 품어볼 질문

  1. 최근 "나만 아니면 돼"라고 넘겼던 장면이 있습니까.
  2. 그 장면이 사실은 나의 문제이기도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겠습니까.
  3. 내 삶에서 작은 용기를 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내 안의 영웅에게 말을 걸고 싶다면

누구나 마음 한편에 영웅이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 영웅에게는 '작은 불꽃', 즉 용기 한 조각이 필요할 뿐입니다.

노동자 김상원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전태일처럼 역사에 새겨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자기 삶에서 찾아내는 일입니다.

라이프벨은 그 불꽃을 함께 찾는 코칭 프로그램 '레전더리 코칭'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용 웹서비스는 개발 중이지만, 1:1 코칭 세션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무료로 시작하기: lifebell.kr/start · 💬 한 줄 문의: 카카오톡 채널 '라이프벨'

역사를 바꾼 것은 초인이 아니라, 고개를 돌리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였습니다.

이 글의 축약본은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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