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은 포장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 정부 창업지원사업 1차 실패에서 알게 된 것
글 · 도휘 최원준 (라이프벨 대표, 전인륜학 창시자)
모두의 창업 1기에서 아이디어가 혁신적이라는 평을 받고도 떨어졌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크기와 자기 역량의 크기가 맞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같은 아이템을 포장만 바꿔 다시 내는 대신 실현가능성이라는 근본 문제를 인정하고 자신이 이미 가진 것과 만나는 지점을 다시 찾아 2차에 지원한 과정, 그리고 AI와 지원서를 쓰며 근거부터 검증한 순서를 기록했습니다.
이 글에서 얻는 것
- 실패의 원인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크기와 역량의 크기가 맞지 않은 것이었다
- 재도전은 포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와 아이디어가 만나는 지점을 다시 찾는 일이다
- AI는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니라 검증된 근거 위에서 쓴다 — 최종 확인은 사람의 몫이다
목차
- 01지원사업 1차 실패의 진짜 원인
- 02진짜 재도전은 무엇을 바꾸는 일인가
- 03AI와 지원서를 쓰며 알게 된 것

모두의 창업 1기, 정부 창업지원사업에서 떨어졌습니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심사평에도 "혁신적"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떨어졌습니다.
며칠 전, 같은 프로그램의 2차 모집에 다시 지원서를 냈습니다.
이번엔 완전히 다른 아이템으로요.
지원서를 다시 쓰면서, 코칭을 10년 넘게 해오면서도 정작 제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던 것 하나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지원사업 1차 실패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나?
실패의 원인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크기와 제 역량의 크기가 맞지 않았던 데 있었습니다.
1차 지원 때 낸 아이템은 비접촉 생체신호를 분석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코칭 결합 서비스였습니다.
방향 자체는 지금 봐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안면 혈류나 음성 분석 같은 딥테크 기술을, 코칭·컨설팅이 본업인 저희가 자체 개발하겠다고 써낸 겁니다.
뒷받침할 기술팀도, 프로토타입도, 연구 협력도 없이 계획만 앞서 있었습니다.
떨어지고 나서 처음엔 "심사위원이 혁신성을 몰라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원서를 다시 열어보니 답은 분명했습니다.
혁신성은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전인륜학에서 말하는 정시(正視),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을 저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못한 셈입니다.
남의 인생 방향은 매일 함께 들여다보면서 제 사업계획서 앞에서는 그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진짜 재도전은 무엇을 바꾸는 일인가?
재도전은 포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와 아이디어가 만나는 지점을 다시 찾는 일입니다.
2차 지원을 준비하면서 처음엔 고민했습니다.
같은 아이템을 좀 더 다듬어서 다시 낼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 갈까.
아이템을 통째로 바꾸는 게 도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반대였습니다.
같은 아이템을 포장만 바꿔 다시 내는 것보다, 실현가능성이라는 근본 문제를 인정하고 제 역량에 맞는 지점을 다시 찾는 쪽이 진짜 재도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낸 아이템이 무엇인지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번엔 딥테크를 새로 만들겠다는 약속 대신, 제가 이미 가진 것을 정확히 잇는 조합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10년 넘게 다듬어온 코칭 방법론과, 최근 몇 년 사이 실무에 적용해온 AI 도구입니다.
아이디어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제 역량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찾은 것에 가깝습니다.

AI와 지원서를 쓰며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AI가 잘하는 것은 자료를 훑고 구조를 잡는 일이지, 근거 없는 확신을 대신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닙니다.
이번 지원서는 AI(Claude)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정부지원사업 지원서는 감성보다 근거가 앞서야 하는 글입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왜 지금 우리여야 하는지를 수치와 논리로 증명해야 합니다.
AI에게 이런 글을 맡기면 처음 나오는 초안은 항상 "그럴듯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가득합니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그 안의 근거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순서를 바꿨습니다.
주장을 먼저 쓰고 근거를 나중에 찾는 대신, 검증 가능한 근거부터 확인한 뒤 그 위에서 지원서를 설계했습니다.
"이게 진짜 맞나"를 끝까지 따져 묻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과정은 코칭과 닮아 있었습니다.
코칭도 그럴듯한 위로보다 검증된 현실 위에서 다음 걸음을 설계하는 일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1차에서 떨어진 아이디어는 완전히 버린 건가요?
네. 아이디어 자체가 나빠서는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역량과 아이디어의 크기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이번엔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습니다.
같은 아이템을 다듬어 재도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근본 문제를 인정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코칭 전문가가 창업 지원사업에 지원하는 이유가 뭔가요?
라이프벨(주) 대표 도휘 최원준은 라이프·커리어·비즈니스 코칭을 10년 넘게 하면서, 코칭에서 다뤄온 "막연한 목표를 구체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일"을 새로운 도구로 확장할 지점을 찾아왔습니다.
이번 지원도 그 연장선입니다.
정부 창업지원사업 지원서를 AI로 준비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내는 것과, AI를 활용해 근거를 검증하고 논리를 다듬는 것은 다릅니다.
"이 주장이 실제로 맞는가"를 확인하는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오늘 품어볼 질문
- 최근 실패의 원인을 '남이 몰라봐서'에서 찾고 있지는 않습니까.
- 내 아이디어의 크기와 내 역량의 크기는 맞습니까.
- 다시 도전한다면 포장을 바꾸겠습니까, 만나는 지점을 다시 찾겠습니까.

내 방향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면
10년 넘게 코칭을 해오면서도 제 인생의 방향 앞에서는 저도 종종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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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은 포장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와 아이디어가 만나는 지점을 다시 찾는 일입니다.
이 글의 축약본은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